광주·전남지역에 기반을 둔 중견 건설사들이 위기에 처했다. 유동성이 부족해 대출금 이자를 못 내거나 최종 부도 처리되면서 ‘도미노 악재’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역 건설업계에 따르면 한국건설은 12일 4개 아파트·다세대주택의 예비 입주자들에게 당초 제시한 중도금 무이자 대출 약속을 지키지 못한 데 대한 사과문을 보냈다.
새마을금고 등 금융기관이 11일 예비 입주자들에게 한국건설이 내기로 한 중도금 대출 이자를 직접 상환해달라는 안내문을 발송한 데 따른 것이다.
안내문에는 시행사의 이자 지급 불능 상태, 기한 내 이자 미상환시 금융거래와 신용상 불이익 발생에 대한 내용이 담겼다. 예비 입주자들은 당장 이달부터 이자를 부담해야 될 뿐 아니라 입금한 계약금마저 떼일까 전전긍긍 하고 있다.
한국건설이 시행·시공 중인 건설현장은 광주에만 20여 곳에 달한다. 이 가운데 도심 자투리 땅에서 공사 중인 프리미엄 브랜드 ‘한국아델리움 57’ 예비 입주자들의 불안감이 크다.
대부분 30가구 미만으로 주택보증보험공사(HUG) 가입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한국아델리움 57은 대형 평형 위주로 분양가는 10억~15억원 수준이다. 만일 한국건설이 최종 부도가 나거나 공사가 전면 중단될 경우 억대의 계약금 손실이 불가피하다.
앞서 광주지역 중견 건설사 해광건설은 지난달 금융권에 지급 제시된 당좌어음을 막지 못해 최종 부도 처리됐다. 해광건설 측은 법정관리를 신청했지만 법원이 이를 받아들일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지난해 전국 도급순위는 한국건설이 99위, 해광건설이 908위였다.
심각한 문제는 지역 부동산 경기 하락과 PF(프로젝트파이낸싱) 시장 경색으로 인한 건설업계 자금난이 목전에 다가왔다는 점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15일 “자금 사정이 연쇄적으로 맞물린 업계 특성상 다수 건설사의 재정 위기는 부도와 줄도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고금리와 자잿값 인상, 미분양 등을 견디지 못해 사채에 손을 대는 지역 건설사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