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부산 연제구 부산지방고용노동청 들머리에서 청소노동자들이 비정규직, 차별, 인권유린 등의 글이 적힌 종이를 ‘적폐청산 쓰레기통’에 담아 버리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민주노총 부산본부 제공
환경미화원 수를 부풀리는 수법으로 청소 대행업체에 지급되는 위탁수수료 수십 억 원을 횡령한 청소업체 전·현직 대표와 공무원들이 경찰에 적발됐다.
부산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4일 특정경제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혐의로 모 청소업체 전 대표 A씨(73)를 구속하고 또다른 업체 대표 B씨(78)를 입건했다고 밝혔다.
또 구청 담당 공무원 C씨(55)와 D씨(49·여)도 직무유기 혐의로 함께 입건했다.
A씨는 2010년 1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지인이나 친인척을 환경미화원과 사무직원으로 근무한 것처럼 허위 등록한 뒤 가짜 근로계약서를 제출해 금정구청이 지급하는 민간 위탁 수수료 8억 6000만원 상당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있다.
B씨는 2012년 1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같은 수법으로 구청에서 지급한 위탁수수료 10억 5000만원 상당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있다.
경찰조사 결과 담당 공무원 C씨와 D씨는 당시 업체가 중간에서 위탁수수료를 횡령했다는 사실을 인지했으면서도 수 년동안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민주노총이 이와 관련된 의혹을 제기하고 2016년 금정구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도 노무비 횡령 문제가 불거졌지만 환수나 행정처분이 전혀 없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은 이들 공무원들이 업체의 비위 사실을 눈감아주는 대가로 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았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계속 수사 중이다.
업체들은 행정사무감사 이후 환경미화원들에게 돈을 일부 지급하면서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합의서를 작성한 사실도 뒤늦게 밝혀졌다.
경찰은 이번에 적발된 업체 2곳이 해마다 금정구청과 수의계약을 체결해놓고 가족이나 지인 등을 허위로 등록시켜 월급과 4대 보험까지 모두 지급한 것처럼 서류를 꾸민 뒤 환경미화원들에게 돌아가야할 임금과 위탁수수료를 가로챘다고 전했다.
공무원 C씨와 D씨는 경찰에서 '관련 조례 규정을 정확하게 숙지하지 못해서 그랬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금정구 폐기물 관리 및 수수료 등에 관한 조례 제12조 제 5항과 6항을 살펴보면 대행업체가 근로자의 임금 등을 계약서에서 정한 사항과 달리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을 경우에는 경고 또는 계약 해지 등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또 대행업체에서 근무하지 않은 직원의 급여 청구와 허위 부당한 방법으로 대행 사업비를 청구해서 지급받은 사실을 발견할 경우에는 대행 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해당 금액을 환수해야 한다.
경찰은 관할 구청에 수사 결과를 통보하고 노무비가 정당하게 집행되도록 지도점검 개선을 권고했다. 또 부산지역에 있는 다른 민간 청소용역업체를 대상으로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