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은성수 전 금융위원장 아들의 병역 기피를 도운 전직 서울지방병무청장을 수사 의뢰하고 징계를 요구했다.
감사원이 9일 발표한 2023년 공직 비리 기동감찰 감사 결과에 따르면 은 전 위원장의 아들 은모씨는 병역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2021년 9월 11일까지 유학 목적으로 국외여행 기간연장허가를 받아 미국으로 떠났다.
은씨는 해외 체류 중 ‘영주권을 신청하고 있다’는 이유를 내세워 기간연장허가를 신청했지만 서울지방병무청은 이를 불허하고 같은 해 11월 20일까지 입국하도록 고지했다. 하지만 은씨는 기간 내에 귀국하지 않았고 서울지방병무청은 은씨를 병역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은씨는 자신에 대한 기간연장 불허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서울지방병무청에 이의신청을 냈다. 은 전 위원장의 청탁은 이 과정에서 이뤄졌다. 은 전 위원장은 관련 업무를 맡은 서울지방병무청 A과장에게 13차례 전화를 걸어 이의신청 인용과 고발 취하를 부탁했다.
은 전 위원장이 직을 내려놓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때였다. 전화를 받은 과장은 기간연장 불허 처분에 하자가 없었고 실무자들이 이의신청 인용을 반대했음에도 은 전 위원장의 부탁을 들어줬다.
은씨의 국외여행 기간연장허가를 불허했던 당시 서울지방병무청장은 A과장의 보고를 받고 고발을 취하했다. A과장이 제출한 인용 문서도 그대로 결재했다.
은씨는 2022년 1월 입국한 뒤 2주가 지난 시점에 ‘입영을 위한 가사정리’를 사유로 다시 미국으로 떠났고 현재까지 귀국하지 않아 병역 면탈 상태다.
감사원은 지난해 12월 해당 서울지방병무청장과 A과장에 대해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이어 추가로 이기식 병무청장에게 전 서울지방병무청장에 대한 경징계 이상의 징계를 요구하고, 이미 퇴직한 A과장에 대해선 재취업 시 불이익을 받도록 인사자료를 통보했다. 은 전 위원장에 대해서는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수사 참고자료를 검찰에 넘겼다.
병무청 관계자는 “감사원 감사결과를 수용한다”며 “앞으로 유사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국외여행 허가 담당자 교육과 업무 처리를 철저히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