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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법전원 입시 면접 소감

등록일 2023년11월16일 09시35분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대학의 11월은 입시로 분주하다. 전국의 여러 법전원들도 서류전형과 구술면접을 11월 중에 마무리하고 12월 초부터 합격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학교마다 차이는 있었지만 법전원 제도 초기만 해도 구술면접에서는 사고력, 발표력 외에 인성이나 적성도 평가대상으로 삼았다. 그래서 법률가가 되려는 이유, 앞으로의 포부나 계획을 묻기도 했고, 어떤 상황을 주고 각자 근거를 제시하여 주장을 펴도록 하기도 했다. 면접관들에게는 지원자의 출신교, 전공, 경력 등 다양한 정보가 주어져서 그에 따라 질문을 조정하기도 하고 평가에 감안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행정에 관한 논점이 등장했을 때, 답변의 수준이 비슷하다면 행정학 전공자보다는 타전공자가 더 높은 평가를 받았을 것이다.

 

그러다가 점차 공정성이 강조되면서 정부 방침에 따라 블라인드 면접이 대세가 되었다. 그래서 지금은 대부분의 학교에서 지원동기, 포부 같은 것은 묻지 않고, 학생에 관한 정보도 면접관에게 전혀 제공하지 않는다. 지원자의 출신교, 전공, 사회경력 등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그런 사항은 전혀 묻지도 못한 채 면접을 진행한다.

 

서울대의 경우 제시된 지문에 기하여 질문을 던지고 대화를 이어가는 방식으로 면접을 진행한다. 이 지문들에 공통된 주제는 무엇인가, 그 주제에 대한 두 지문의 태도는 어떤 차이가 있는가, 이 주장을 지지하는 실례를 들어보라 등등. 면접방식과 문항에 일정한 패턴이 생기다 보니 법전원 면접 대비 교재는 물론 학원이나 인강도 많아졌다. 학생들도 철저히 준비해 오는데, 미리 모듈화된 토픽을 수십 개 공부해 오는 것 같다. 코로나-격리-공공복리 한 꼭지, 장애-시위-차별 한 꼭지, 온난화-지속가능-탄소중립 한 꼭지 등등.

 

너무 준비를 많이 해와서일까. 올해 면접을 하면서는 어떤 지원자들은 인공지능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질문을 던지면 “네! 답변드리겠습니다!”라고 하고선 질문과 관련이 없지는 않지만 딱 묻는 바는 아닌 (뭔가 미리 준비해 온 모듈 중에 하나를 고른 것 같은) 답변을 풀어나간다. Chat-GPT 같은 생성형 AI가 꾸륵꾸륵 답변을 내놓는 것을 연상시킨다,

 

“아, 제가 묻는 것은 실생활에서의 사례를 들어 보라는 것이었어요. 일반론이 아니라.” 그러자 또 씩씩하게 답한다. “네! 죄송합니다! 그러면 사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러면서 답변을 이어가는데 이번에는 다른 모듈을 불러와 풀어내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이름도 전공도 경력도 아무것도 알 수 없는 지원자와, 개인적 특성은 다 사상(捨象)한 문답을 주고받노라니 인공지능 같은 느낌을 더 받았는지도 모르겠다.

 

면접에서 드러나는 학생들의 지식이나 발표력은 우리 세대와는 비교할 수 없이 훌륭하다. 아마 우리 때 이런 자리에서 이런 질문을 받았으면 얼굴만 시뻘게져서 헤매는 사람이 훨씬 더 많았을 것이다. 그만큼 어릴 때부터 갈고닦아서 실력을 키워 온 훌륭한 학생들이다. 

 

다만 이들이 지나치게 획일적인 준비 태세에서 벗어나 자연스럽게 자기 생각을 정리하고 표현할 수 있다면 더 좋은 법률가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제 이들이 입학해서는 영혼 없이 꾸륵꾸륵 답변을 내놓는 인공지능의 느낌이 아니라 진실한 인간의 느낌이 물씬 나는 법률가로 성장하길 바래본다

KDA연합취재팀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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