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백현동 개발 비리 사건 조사를 받기 위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했다. 그는 검찰 조사 전 “기꺼이 시지프스가 되겠다. 굽힘 없이 소명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지프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인물로 바위를 정상에 올려 놓으면 떨어지고 또 올려 놓으면 다시 떨어지는, 영원한 형벌을 받는 상황을 본인의 처지에 빗댄 것이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10시 25분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정문 앞 삼거리에 도착했다. 그는 차량에서 내린 후 설치된 무대에 올라 10분 간 A4 용지 2쪽 분량의 입장문을 읽어내려갔다. 그를 기다리던 지지자 300여 명은 일제히 “이재명”을 연호했다.
이 대표는 우선 “단 한 푼의 사익도 취한 적이 없다”며 적용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이어 “티끌만한 부정이라도 있었다면 십여 년에 걸친 수백 번의 압수수색과 권력의 탄압으로 이미 가루가 되어 사라졌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조작수사이자 정치공작”이라며 검찰 수사를 재차 비판했다. 그는 “말도 안 되는 조작수사로 구속영장을 청구하겠다면 제 발로 출석해 심사받겠다”면서도 “회기 중 영장청구로 분열과 갈등을 노리는 정치꼼수는 포기하라”고 소리쳤다.
윤석열 정부를 향해서도 바짝 날을 세웠다. 이 대표는 “윤석열 정권의 이 무도한 폭력과 억압도 반드시 심판받고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대표는 경기 성남시장으로 일하던 2014~2015년 분당구 백현동 옛 한국식품연구원 부지에 아파트를 짓는 과정에서 민간업자에 각종 특혜를 몰아줘 성남시에 손해를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를 받는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 엄희준)는 이날 오전 10시 40분쯤부터 이 대표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 차담회(티타임) 없이 시작된 조사는 이 대표 측이 심야조사에 응하지 않으면, 0시 전에 끝나게 된다.
이 대표 측은 30쪽 분량으로 준비한 진술서로 답변을 갈음할 전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은 이에 맞서 250쪽 분량의 질문지를 준비해 이 대표를 강도 높게 추궁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