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사건 피해자를 추행한 국선변호인이 항소심 재판에서 피해자의 개인정보 열람 등을 신청해 2차 가해라는 비판이 나왔다.
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 등 26개 여성단체는 20일 광주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해자가 형량을 낮추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 2차 가해를 고려해 오히려 형량을 높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여성단체는 "가해자는 이번 사건과 무관한 피해자의 다른 사건 기록과 개인정보 열람을 재판부에 요청했고 재판부는 이를 허가했다"며 "피해자 국선변호인 신분으로 입수했던 정보를 피해자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잘못된 사회통념을 여실히 드러내는 행위로 2차 가해가 분명함에도 재판부가 가해 행위에 동참하는 행태에 분노한다"고 덧붙였다.
여성단체는 "앞서 1심 재판부가 정상참작 사유로 '범행을 인정하고 피해자에게 사과한 점'을 반영했으나 가해자는 진심으로 죄를 뉘우친 적이 없다. 범죄 증거와 또 다른 피해자가 나타나자 어쩔 수 없이 사실관계를 인정한 것이고 지금도 범행을 부인하기 위해 억지 증거신청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가해자의 성폭력 범죄가 우발적이거나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위계와 위력을 이용한 상습적인 범죄 행위임을 재판부가 인지하고 법조 윤리 및 법률상 의무를 저버린 가해자의 형량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호사 A(43)씨는 지난해 6∼8월 광주 동구 자신의 사무실에서 성폭력 사건 피해자 2명에게 각각 법률 상담을 하는 과정에서 범행 재연을 가장해 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이 지정한 피해자 국선변호사였던 A씨는 지난 7월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이날 오전 광주지법 형사2부(김진만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항소심 2차 공판에서 재판부는 A씨의 사실조회 신청을 증거로 채택했다.
다음 재판은 오는 12월 8일에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