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에 있는 독소의 제거 속도가 수면 상태에서 오히려 감소한다는 사실이 발견됐다. 게티이미지뱅크
잠을 잘 때 우리 몸은 뇌의 노폐물을 더 활발히 '청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영국 연구팀이 뇌에 있는 독소의 제거 속도가 수면 상태에서 오히려 감소한다는 사실을 발견해 기존 통념과 반대의 결과를 제시했다.
니콜라스 프랭크스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 생명과학부 교수팀은 쥐 연구를 통해 뇌의 대사산물과 독소 등이 깨어있을 때보다 수면이나 마취 중에 더 느리게 제거된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연구결과를 13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 신경과학'에 공개했다.
연구팀은 깨어있을 때와 수면 또는 마취 상태의 쥐 뇌에서 체액의 흐름을 관찰했다. 형광 염료를 뇌의 꼬리피질(CPu)에 주입하고 염료가 전두엽 피질에 도달하는 과정을 지켜본 뒤 뇌에서 염료가 제거되는 속도를 측정했다.
측정 결과 깨어 있는 쥐와 비교해 수면 중인 쥐는 염료 제거율이 약 30% 낮았다. 마취 상태의 쥐는 제거율이 50% 정도 감소했다. 수면이나 마취 중에 뇌를 청소하는 속도가 훨씬 낮게 나타난 것이다.
프랭크스 교수는 "우리가 잠을 자는 주요 이유 중 하나가 '뇌 청소'라고 생각했지만 정반대의 결과가 나와 놀랐다"고 말했다. 수면은 모든 포유류가 공유하는 행동이기 때문에 연구 결과는 인간에게도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연구는 치매와 수면 부족의 연관성에도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다. 기존 일부 연구는 수면이 부족하면 뇌의 독소가 효과적으로 제거되지 않아 치매를 유발할 수 있다는 가설을 세웠다.
연구의 공동 수석 저자인 빌 위스덴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 생명과학부 교수는 "수면 장애는 치매를 앓는 사람들이 흔히 경험하는 증상이지만 치매의 결과인지 치매의 원동력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며 "수면은 독소 제거 이외의 다른 이유로 치매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깨어 있고 활동적으로 운동을 하면 뇌의 독소를 더 효율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잠을 자는 이유에 대한 많은 이론이 있다"며 "독소 제거가 핵심적인 이유는 아닐 수 있지만 잠이 중요하다는 것은 논쟁의 여지가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