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의 최근 5년간 한방병원 부당이득 환수 건수가 전국에서 가장 많은 지역인 것으로 확인됐다. 환수금액도 서울에 이어 전국 두번째로 많아 그야말로 보험사기의 온상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쓸 판이어서 대책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다.
6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올해 상반기(6월 30일)까지 한방병원 부당이득 환수는 광주 지역이 9만4000건으로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징수 금액 역시 23억 9300만원으로 서울 100억 2900만원 다음으로 전국에서 두번째로 많았다. 현재까지 범죄 금액 중 22억4400만원(징수율 93.77%)이 환수 됐다. 주요 환수사유는 복지부 현지조사에 의한 환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심사를 통한 환수, 보험사기, 중복청구, 전산 확인 착오 부당, 행정처분(무면허 등)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지난 2020년으로 한방병원 환수 건수가 많았는데 유독 한방병원 한두 곳에 몰렸다는 점이다.
당시 기록을 보면 적게는 700여만원부터 많게는 8000만원이 넘는 금액이 부당금액으로 적발됐으며, 한 한방병원에서만 ‘산정기준 위반청구’로 무려 6759건이 적발되기도 했다.
이런 현상과 관련 보험업계에서는 사무장병원과 한방병원의 수가 기이하게 많은 점 등을 원인으로 지적했다.
광주지역 한방병원은 88개소로 경기도(143개소) 다음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다. 인구가 집중된 서울(84곳)보다 4곳이 더 많다.
이를 인구수 당 한방병원 수로 비교하면 의미는 더욱 달라진다. 1위인 경기도는 인구 10만명 당 1.1개인데 반해 광주는 인구 10만명 당 6.3개로 월등히 높기 대문이다.
이런 다수이 한방병원은 불법과도 연결되기 쉽다. 이른바 사무장 병원이 그것이다. 사무장 병원이란 비의료인이 의료인을 고용하거나 의료인의 명의를 빌려 병원을 개설·운영하지 못하도록 정한 의료법이 있음에도, 비의료원인 사무장이 병원을 불법으로 개소해 운영하는 곳을 말한다.
겉으로 보기에 여느 병원과 똑같지만 이런 곳에서는 과잉진료를 유도당하기 십상이다. 또 병원 수익을 높이기 위한 특정 의약품을 집중적으로 처방 하기도 한다. 일반 환자는 영문도 모른 채 사기에 휘말리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9월에는 광주 동구의 한 한방병원에서 사무장이 병원을 운영하면서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요양급여비용과 의료급여비용을 청구하는 등 요양급여를 챙겨 적발되기도 했다.
동부경찰은 지난 9월 25일 50대 사무장 A씨와 40대 한의사 B씨 등 23명을 총 72억 상당을 부정수령한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그런가하면 순천에서는 경찰간부가 사무장 병원을 차리고 의료행위를 한 것처럼 속여 요양급여비 수십억원을 타내기도 했다. 순천경찰에 따르면 C경감은 지난 2020년 7월부터 약 3년간 고용한 의사 명의로 사무장병원을 개설하고 환자들이 입원 치료를 받은 것처럼 허위로 청구, 건강보험 요양급여비 27억원을 편취한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을 늘리고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019년부터 특사경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현재 12명의 특사경이 있지만, 사무장 병원 관련 인원은 3명에 불과해 인력부족의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보험협회 관계자는 “특사경 제도는 인력 부족으로 직접 수사가 어렵고, 그마저도 면허 대여 약국에 대한 수사권은 없는 상태”라면서 “지자체 특사경의 경우도 의료기관 개설 허가와 불법 개설 수사가 동일 기관에서 진행되고 있어 수사에 소극적일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사무장 병원 적발의 전문성과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사무장 병원 특사경 권한을 부여하는 것은 가장 효율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