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7억여원 상당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고위 경찰공무원을 재판에 넘겼다. 법원이 김씨에 대한 두 번째 구속영장을 기각한 지 4개월 만이다.
공수처 수사1부(부장검사 김선규)는 16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의 혐의로 김모 경무관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김씨에게 뇌물을 공여한 의류업체 대표 A씨는 뇌물공여 혐의로, 김씨에게 금융계좌를 빌려준 김씨의 오빠 B씨, 지인 C씨는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로 함께 불구속 기소했다
김씨는 지인 소개로 알게된 A씨로부터 자신의 사업과 형사사건 등에 대한 업무를 담당하는 경찰을 알선해달라는 청탁을 받고 이를 들어주는 대가로 2020년 6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7억7000만원 상당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김씨는 A씨 명의의 신용카드를 사용하거나, B씨, C씨의 금융계좌를 이용하는 등의 방법으로 금품을 수수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공수처 조사 과정에서 A씨 명의의 신용카드를 사용한 사실을 인정했는데, 이 금액만 1억원이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가 B씨와 C씨 명의 계좌로 수수한 금액은 6억원 이상인 것으로 파악됐다.
공수처는 9차례에 걸친 계좌추적을 통해 B씨 명의의 계좌가 김씨의 차명계좌인 것을 밝혀내고, 김씨에게 차명계좌를 빌려준 지인 C씨가 여러 비위에 깊이 관여한 사실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공수처는 지난해 5월 이상영 대우산업개발 회장의 뇌물공여 사건을 수사하던 중 김씨의 혐의를 포착했다. 김씨는 이 회장에게 경찰 수사 무마를 대가로 3억원 상당의 금품을 약속받고 이 중 1억2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도 받는다.
공수처는 같은 해 7월3일 김씨의 혐의를 공제사건으로 정식 등록한 후 같은 달 12일 김씨의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하며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공수처는 지난해 8월2일과 12월7일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두 차례 모두 구속영장을 기각한 바 있다.
당시 법원은 “피의자의 금품수수 사실은 대부분 소명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해당 금품이 주된 혐의인 알선 명목 뇌물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해서는 관련 법리 등에 의할 때 여전히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공수처는 이날 “김씨에 대한 2차 구속영장 청구 당시 법원도 김씨의 금품수수 사실은 대부분 소명됐다고 인정했다”며 “김씨와 A씨 사이의 휴대전화 메시지 포렌식 내용, 관련자들의 진술 등에 비춰 이들 사이에 A씨의 불법적인 장례사업 및 사업상∙수사상 편의 제공에 관한 알선 합의가 있었음이 입증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씨의 대우산업개발 뇌물 혐의 관련 법원으로부터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구속 수감돼 있는 이 회장을 최근 소환조사했다”며 “엄정하게 수사해 추가 기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