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가 국가 기관이지 서울영화진흥위원회인가. 이렇게 ‘서울영진위’처럼 행동할 것 같으면 지금까지 지원받은 것 모두 반납하고 부산을 떠나야 한다.”
부산지역 한 영화·영상제작사 대표의 말이다. 영진위가 부산촬영소 후반 작업 시설 제외(국제신문 지난 8일 자 1·6면 등 보도) 방침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지난 11일 밝히면서 부산 영화계가 거세게 반발했다. 영진위는 이날 “촬영소 시공비가 애초 예상했던 660억 원보다 340억 원 상승한 1000억 원에 달해 후반 작업 시설은 제외하고 건립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지역 영화계는 영진위의 입장을 비판하며 후반 작업 시설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부산 제작사인 김희영 케이드래곤 대표는 14일 “부산에서 제작을 하면서도 후반 작업은 서울에 가서 한다”면서 “영화 제작에서 일자리 창출에 가장 효과가 큰 것은 후반 작업이다. 관련 시설을 만들고 인력을 키우면 해외 작품 유치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경성대 강내영 연극영화학부 교수는 “부산이 영화·영상의 글로벌 거점이 되려면 핵심 인프라인 부산촬영소가 애초 계획대로 추진돼야 한다”며 “영진위가 수도권 중심 정서에서 벗어나지 못해 해괴한 논리를 내세운다”고 꼬집었다.
특히 후반 작업 시설 건립 지연의 책임을 부산시로 돌리려는 영진위 행태도 빈축을 산다. 영진위는 “시와 협의가 어려워 건립이 지연되고 있다”고 했으나 시는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시 김기환 문화체육국장은 “예산이 부족하다면 이번이든 차후든 실현 가능하고 의지가 담긴 계획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영진위가 대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면서 “누구보다 조속한 착공을 원하는 게 부산시의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공공기관 이전 사업은 애초 예산 범위에서 초과할 경우 해양수산부 산하 기타 공공기관인 한국해양과학기술원처럼 종전 부지(경기 안산시) 매각이 지연되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현재는 매각 완료). 종전 부지 매각이 지연되는 과정에서 이전 예산을 초과하는 경우가 있다. 영진위 본사와 부산촬영소는 완전 이전에 매우 많은 시간이 허비된 경우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영진위가 부산촬영소 건립에 소극적인 것은 현재 김영진 영진위원장을 비롯한 일부 영진위원들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영진위는 지연 책임을 다른 쪽으로 돌리려는 의도가 짙고 문체부 역시 현재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개입할 이유가 없다.
문체부는 예산 범위 내에서 협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문체부 이승훈 영상콘텐츠산업과장은 “구체적으로 문제를 들여다 본 것은 아니지만 추가적인 국고 지원 없이 해야 하는 원칙은 맞는 것 같다. 협의 과정과 내용을 들여다 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