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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옷 입고 살아왔다”… ‘변호사법 위반’ 전관 변호사의 후회

‘잘 나가던 검사’가 형사재판 피고인으로

등록일 2023년11월02일 08시22분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검사로 재직하며 스스로 칼을 쥐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저는 누군가의 칼이고 칼자루는 다른 사람이 쥐고 있다는 생각에 검사직을 내려놓았습니다. 내 옷을 입고 내 이야기를 하며 살자는 생각으로 변호사가 됐지만, 이 사건 수사가 시작되면서 저는 그때도 여전히 남의 옷을 입고 살았구나 하는 생각에 너무도 부끄러웠습니다."


지난 25일 서울중앙지법 서관 501호 법정. 변호사법 위반 및 사기 혐의로 피고인석에 선 A 변호사가 담담히 최후진술을 했다. 검사 재직 당시 분기마다 우수 검사로 선정되기도 했던 전관 변호사가 무슨 이유로 형사재판 피고인으로 서게 된 것일까.

 

공소장에 따르면, A 변호사는 2015년 6월 검찰 재직 당시 주임검사로서 불구속 기소했던 B 씨의 형사사건 변호를 맡았다. A 변호사는 사건을 맡은 이후 줄곧 B 씨에게 검찰 출신으로서 영향력을 행사해 줄 것처럼 행동했다.

 

그는 "공판검사가 사건을 잘 알지 못해 기소검사였던 나에게 (사건을) 물어보는 상황으로 무죄를 받아줄 수 있다"고 말하며 B 씨로부터 착수금 1000만 원과 무죄 판결 시 성공보수 9000만 원 등 총 1억 원을 미리 받았다.

 

B 씨는 A 변호사의 말만 믿고 범죄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하지만 재판 과정에서 B 씨에게 불리한 증거가 드러나자, B 씨는 혐의를 자백하고 양형에서 선처받기로 했다.

 

A 변호사는 선임약정에서 정한 성공조건을 '무죄 선고' 대신 '징역형의 집행유예 선고 및 항소포기'로 바꾸고, 선급금 9000만 원 중 일부를 돌려주는 내용으로 바꾸기로 했다. 문제는 A 변호사가 청탁이나 알선 명목으로 B 씨에게 지속적으로 거짓말을 하며 반환하기로 한 성공보수 중 일부를 편취하면서 악화됐다. 그는 마치 공판검사가 자신의 부탁에 따라 검찰 구형을 줄여준 것처럼 꾸미기 위해 B 씨에게 "(기소검사인 내가) 구형의견을 8년으로 해놓았는데 공판검사에게 부탁해 3년으로 줄여 놓겠다"고 말했다.

 

자신이 기소검사로서 입력한 구형이 징역 5년임에도 그보다 중한 형을 구형한 것처럼 거짓말한 것이다. 변론종결 당시 공판검사가 B 씨의 자백과 일부 합의 사정 등을 고려해 징역 3년을 구형한 것을 두고도 "공판검사에게 내가 책임질 테니까 구형을 징역 3년으로 하라고 부탁한 결과"라고 허풍을 쳤다. 결과적으로 B 씨는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선급금 9000만 원 중 6000만 원은 돌려받았으나 3000만 원은 못 받았다.

 

이 밖에도 A 변호사는 두 차례 이상 변호사법을 위반한 혐의도 받는다. 형사사건 의뢰인들에게 검찰 및 경찰의 수사 무마를 명목으로 각각 1억5000만 원, 8000만 원을 받은 것과 관련돼 있다.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A 변호사에 대해 "검사 재직 중 처리한 사건의 수사 대상자들, 심지어 직접 수사·기소한 의뢰인들로부터 사건을 수임하고 수사 과정에서 얻은 개인정보 등을 기망행위 수단으로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검찰 출신 전관 변호사로서 형사사건 의뢰인들의 급박하고 곤궁한 상황을 적극 이용해 2억6000만 원에 이르는 거액의 금품을 수수해 그 비난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징역 5년과 추징금 2억6000만 원을 구형했다.


반면 A 변호사의 변호인은 A 변호사가 B 씨의 형사사건을 수임하거나 변론한 사실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또 다른 사건들에 대해서도 구체적 사정을 들며 정상적 변론 활동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A 변호사가 사건을 수임하려는 욕심이 앞서 의뢰인들에게 과장된 언행으로 허세를 부렸다는 점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A 변호사도 "의뢰인들에게 죄송할 따름"이라며 "앞으로 사회적·경제적 약자를 위한 변론에 충실하며 살아가겠다"고 말했다.


같은 날 서울중앙지법에선 수사를 받는 의뢰인에게 담당 검사와의 친분을 앞세워 사건 무마 명목으로 수억 원을 건네받은 혐의로 기소된 또 다른 검사 출신 변호사들의 선고공판이 열렸다.

 

C 변호사는 2014년 대출사기 및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돼 검찰 수사를 받던 D 씨에게 "담당 검사를 잘 알고 있다. 선처받도록 해주겠다"며 수임료 2억5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E 변호사도 D 씨에게 접근해 수임료 등 명목으로 2억7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하지만 이들은 혐의가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 같은 변호사법이나 윤리 위반 사례가 최근 빈발하고 있다. 지난 8월 항소심 기일에 세 차례 불출석해 항소가 취하 간주되게 함으로써 의뢰인을 패소에 이르게 한 권경애 변호사는 정직 1년의 징계를 받았다.

 

지난 6일 의뢰인과 협의 없이 조정안이 포함된 답변서를 제출하고 이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아 견책을 받은 변호사 사례도 있었다. 이에 따라 변호사 직무윤리 강화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법조윤리 전문가인 정형근 법무법인 한미 변호사는 "과거에는 판·검사 출신 변호사가 재직 당시 취급했던 사건을 다시 수임하는 경우가 정말 드물었다"며 "법 집행기관에서 나온 변호사들이 불법행위 또는 비위를 저지른 것에 대해 변호사협회가 새로운 직무교육 시행 등의 방법으로 지도·감독 역할을 더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상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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