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한국방송(KBS)의 ‘특별대담―대통령실을 가다’에 출연해 박장범 앵커와
대담하고 있다. ‘녹화’ 대담은 7일 밤 10시부터 100분간 방송됐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은 7일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수수 논란에 사과 없이 “매정하게 끊지 못한 것이 문제라면 문제고, 좀 아쉽지 않았나 생각이 되는데 저 역시도 그럴 때가 많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말 해당 논란이 불거진 뒤 70일 만에 나온 첫 입장인데, 김 여사를 ‘정치공작’을 당한 피해자로 규정한 기존 여권 주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재발 방지 의지를 부각하려 하면서는 “오해하거나 불안해하시거나 걱정 끼치는 일이 없도록 분명히 해야 될 것 같다”면서도 구체적 대책은 말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이날 밤 10시에 방영된 한국방송(KBS) ‘특별대담―대통령실을 가다’에서 박장범 앵커로부터 관련 질문을 받고 “대통령이나 대통령 부인이 어느 누구한테 박절하게 대하기는 참 어렵다”며 이렇게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선거를 앞둔 시점에 1년이 지나서 터트리는 것 자체가 정치공작이라고 봐야 한다. 그러나 앞으로는 이런 일이 발생 안 하게 조금 더 분명하게 선을 그어서 처신하는 게 중요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재발 방지 대책으로 언급했던 제2부속실 설치에 대해서는 여전히 “비서실에서 검토하고 있다”고만 했고, 대통령 가족 비위를 감찰할 특별감찰관 임명에 대해서는 “국회에서 선정해서 보내는 것이고 대통령실은 받는 것”이라며 공을 국회로 돌렸다.
윤 대통령은 이날 1시간40분간 정치·경제·사회·외교 등 집권 3년차 국정 기조를 두루 홍보했다. 그는 북한을 향해 “불합리하고 비이성적인 결론을 낼 수도 있는 세력이라는 걸 전제로 안보를 더 튼튼하게 구축해야 된다”고 강경 메시지를 발신했다. 윤 대통령은 “핵을 포기하든 안 하든 남북정상회담을 할 수 있다”면서도 “인도적인 협력 관계가 필요하고 톱다운 방식으로 해서는 곤란하다”고 전제를 달았다.
윤 대통령은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저도 선거 지휘라든지, 공천이라든지 관여하지 않겠다고 했다”며 그간 불거졌던 당무 개입 의혹에 선을 그었다. 최근 김 여사 관련 입장 등으로 충돌 양상을 보여온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한 평가를 해달라는 박 앵커 질문에 “대통령이나 당의 대표 위치에 있는 사람이나 결국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 일해야 되는 입장이기 때문에 사사로운 게 중요하지 않다”고만 언급했다. 대통령실 출신 참모들의 총선 출마와 관련해서는 “대통령실의 후광이라고 하는 것이 있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거리를 뒀다.
이번 대담은 지난 4일 박 앵커가 서울 용산 대통령실을 찾아 촬영한 뒤 편집을 거쳐 전파를 탔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새해 기자회견을 대신해 조선일보와 단독 인터뷰를 진행한 데 이어, 올해도 기자단 전체를 대상으로 한 새해 회견을 건너뛰었다. 2022년 8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 뒤 18개월간 정식 기자회견은 열리지 않고 있다.
대통령실은 차분하게 새해 국정운영 구상을 밝히는 것이 적절할 것 같아 특정 언론사와의 대담을 택했다고 설명하면서, 대담이 생방송이 아닌 사전 녹화 방식으로 진행된 데 대해서는 방송사 결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