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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안전을 이해관계가 얽힌 논쟁거리로 만들어서는 안된다

등록일 2023년11월07일 09시35분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이상철 변호사 (법무법인 태평양)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1년이 되었다. 1주기 추도식을 둘러싸고 여와 야는 구태의연한 정쟁의 모습만을 보였다.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둘러싸고도 정치권은 오염수인지, 처리수인지 용어부터 시작하여 정치적 논쟁을 벌여 왔다. 대형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정치는 소모적인 논쟁을 벌인다. 사고의 진정한 원인규명과 재발방지 대책은 정치적 이해관계와 집단적 사고방식에 매몰되고 시간이 흐르면서 모두 잊혀 버린다. 중대재해처벌법도 시행된 지 벌써 2년째가 되어 가고 있지만, 법의 시행으로 일터에서 사고가 줄어들고 산업현장의 안전이 확보되었다는 평가는 나오지 않고 있다

 

. 일터에서 귀중한 목숨을 잃는 사고들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노동계는 관계 당국의 미온적 태도와 약한 처벌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고, 경영계는 중대재해처벌법이 효과는 없고 혼란만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하며, 법집행기관인 고용노동부는 과중한 업무에 허덕여 해법을 제대로 내놓지 못하고 있다. 노사정 모두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현실에 대해 만족하지 않고 있다.

2022년 11월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감축 로드맵을 발표하고, 현재의 사고사망만인율(근로자 1만명당 산재 사망자 수) 0.43을 2026년에는 OECD 평균인 0.29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1970년 5월 29일 영국은 일터에서의 안전과 보건에 관한 위원회(Committee on Safety and Health at Work), 곧 로벤스위원회를 발족하였고, 2년 뒤인 1972년 6월 9일 위원회는 보고서를 제출했다.

 

로벤스보고서는 처벌이나 규범적 접근보다는 위험의 예방에 기반을 두어야 하며, 위험을 만드는 사람이 위험 예방의 책임을 져야 하고, 위험 예방에 노동자도 참여해야 하며 이를 위해 노사가 협력해야 한다는 3가지 원칙 내지 방향을 제시하였다. 영국의 경총과 노총은 모두 로벤스보고서를 환영하였으며, 보수당 정부와 노동당 정부를 떠나 로벤스보고서가 제시한 방향은 입법과 정책에 반영되었다.

 

고용노동부의 로드맵은 바로 이와 같은 로벤스보고서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우리의 현실로 돌아와 보자. 일터에서의 사고를 막기 위해 어떤 노력들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인가? 고용노동부가 중대재해 감축을 위한 로드맵을 제시하였지만 그 이행을 위한 범정부적 기구나 노사정이 참여하는 기구는 보이지 않는다.

 

올해 8월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본부, 안전문화 실천추진단, 안전보건공단, 안전협회 등이 참여한 가운데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 이행상황을 점검하고, 향후 성과도출을 위해 각 기관마다 역량을 결집하기로 하였다고 하지만, 일종의 캠페인성 대회에 불과하다고 보이고, 그마저도 노동계의 참여는 보이지 않고 있다. 벤치마킹을 한 것이라면 우리도 로벤스위원회와 같이 그 책임을 다하는, 공적 권위를 갖는 객관적 위원회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물론 로벤스보고서가 제시한 내용은 우리의 현실에는 맞지 않다는 비판적 시각도 있다. 그럼에도 OECD 평균 사고사망만인율 0.29는 달성 불가능한 목표로 보이는 우리의 상황에서 방향전환은 불가피하다. 안전에 있어 철학과 방향이 제시되고, 그에 따라 법체계 전반이 정비되어야 한다.

 

영국의 안전보건청과 같이 새로운 법체계를 집행할 수 있는 독립된 기관이나 영국의 안전보건위원회와 같이 노사가 참여하는 독립된 위원회 설치가 필요하지 않은지도 검토해 보아야 한다. 로벤스보고서가 제시한 위험을 만드는 사람이 워험예방의 책임을 져야한다는 원칙은 산업재해를 넘어 일반사회의 안전, 곧 중대재해처벌법상의 시민재해에 대해서도 적용가능한 원칙이다.

 

지금의 우리에게는 산업재해와 시민재해를 모두 아울러 사회 전반의 사고예방을 위한 철학적 방향제시가 필요하다. 노사정 모두 일하다가 죽지 않아야 하며, 일하다가 다치지 않아야 한다는 인식과 이를 위한 책임을 공통적으로 가져야 한다.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개입하여서는 안되며, 안전을 정쟁 속으로 끌어들여서는 안 된다. 안전한 사회를 위하여는 안전에 대한 이분법적인 사고와 단편적이고 파편적인 대책에서 벗어나 보다 유연한 사고와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정치권과 노사를 비롯한 사회집단들은 더이상 안전을 이해관계가 얽힌 논쟁거리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안전은 안전 그 자체로 바라보아야 한다.

이주상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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