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에서 대대장직을 맡은 한 중령이 평소 부하들에게 폭언과 욕설을 일삼고 초소 경계에 실패한 사실도 은폐했다는 내부 고발이 나왔다. 부대원들의 신고로 이 사실을 알게 된 공군본부는 감찰 과정에서 "대대장을 하다 보면 그럴 수도 있다"며 사실상 대대장을 옹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단체 군인권센터는 인권침해 상담을 통해 공군 제10전투비행단 군사경찰대대장(옛 헌병대대장)의 인권침해, 경계 실패 은폐 의혹 등을 확인했다고 20일 밝혔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올 1월 대대장으로 보임한 김모 중령은 평소 간부들과 회의하며 "일을 못 하면 목을 쳐버리겠다, 죽여버린다", "XX새끼야, 반드시 장기(장기복무선발) 못 되도록 손을 쓰겠다" 등 여러 차례 폭언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올 2월 중순에는 고충 상담을 요청하는 병사들을 '암'으로 지칭하며 비하하기도 했다. 김 중령은 "(다른 부서로) 암을 옮기지 않도록 관리 잘하라"고 간부들에게 지시했다. 소속부대 여군이 함께 있는 단체 대화방에서 건강검진 과정을 '돌림빵'(윤간을 속되게 이르는 말)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이 부대에서는 근무 중인 초병이 무단으로 초소를 이탈하는 사례가 발생했지만 김 중령이 은폐를 시도했다는 고발도 나왔다. 올 2월12일 10비행단 보행자출입문 통제소에서 근무하던 한 병장이 근무 중 무단으로 BX(공군의 PX를 의미)에 갔다가 적발됐지만 결국 징계를 받지 않고 얼마 뒤 만기 전역했다.
이 사실을 파악하고 감찰에 나선 10비행단은 '보행자출입문 통제소는 초소로 볼 수 없고 BX 역시 영내에 있어 문제 될 일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군인권센터는 "군형법상 초병이 근무 중 초소를 무단으로 이탈하는 경우 2년 이하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하는 중대한 범죄행위"라고 지적했다.
김 중령의 비위행위를 조사하러 나온 공군본부의 감찰 과정에서도 문제가 나타났다. 조사관들은 면담 조사에서 '사사건건 그렇게 다 적지 말라', '대대장을 하다 보면 그럴 수도 있다' 등 김 중령을 옹호하는 발언을 여러 차례 했다.
이후 김 중령은 진술서를 썼던 간부들을 불러 '네가 쓴 내용이 맞느냐'며 작성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군인권센터는 "공군본부 감찰실에서 대대장에게 진술내용을 흘린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군인권센터는 국방부가 공군본부, 10비행단의 감찰 내용을 전면 재조사해 진상을 규명하고 김 중령을 즉시 보직에서 해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군인권센터는 "부대원들은 어렵사리 용기를 내 신고했는데도 도리어 대대장의 보복을 두려워해야 하는 지경이 됐다"며 "폭언을 하고 경계 실패를 은폐해도 이를 문제 삼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