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令狀)은 체포·구금·압수·수색 등 강제처분을 허가하거나 명령하는 서면을 말한다. 검사가 청구하고, 판사가 발부한다. 신속한 수사와 인권 보호 사이, ‘영장’을 두고 판사와 검사가 함께 고민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서울남부지검은 4일 서울 양천구 신정동 서울남부지검 2층 대회의실에서 ‘판사입장에서 본 영장의 가치와 무게’를 주제로 판사 초청 강연을 열었다.
이번 강연은 법원과 검찰이 신속 수사와 인권 보호 등 영장을 둘러싼 고충을 함께 논의하기 위해 열렸다. 이원석(55·사법연수원 27기) 검찰총장의 권유로 열린 초청 강연은 서울남부지검 전 직원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강연은 김정민(51·29기) 서울남부지법 부장판사가 맡았다. 2000년 서울지법 서부지원 판사로 임관한 김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로 근무하던 2022년 영장전담 판사를 담당했다.
김 부장판사는 이날 강연을 시작하면서 “강제수사는 수사기관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절차”라며 “수사의 처음이자 끝이고, 그 관문은 ‘영장’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어 “피의자 측은 권리나 인권이 제한되는 측면이 있어, 강제수사와 영장에 대해 굉장히 신중하고 무게감 있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김 부장판사는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한 경험을 언급하며 인상적인 검사의 모습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구속영장과 함께 200~300쪽 분량의 구속 필요 의견서를 내는 검사도 있었다”며 “이런 의견서를 읽으면 수사 과정이 한눈에 들어오고, 어떤 증거를 추가로 살펴야 할지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의견서를 읽다 보면 (검찰이) 이렇게까지 수사한다는 게 느껴져 야근을 해도 덜 억울했다”고 덧붙였다.
시대 상황에 따라 법원과 검찰이 함께 고민할 부분도 짚었다.
김 부장판사는 “최근 녹음파일이 증거로 제출되는 경우가 정말 많아졌다”며 “녹음파일이 직접 증거로서 중요한 사건도 많지만, ‘녹음파일 정도는 있어야 기소할 수 있는 것 아닌가’ 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뇌물, 부패, 배임 사건 등은 대부분 간접적으로 행하는 범죄인데, 녹음파일이 없으면 기소가 어려운 것인지 고민된다”며 “어디까지를 직접증거로 봐야 하는 것인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 부장판사는 재판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구속 수사의 개념도 돌아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사건이 복잡해지고 (당사자가) 재판 절차를 다투는 등의 이유로 재판이 장기화하고 있다”며 “재판이 길어지다 보니, 재판 중간에 구속 피고인이 풀려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사단계에서 구속에 대한 개념이 변할 필요가 있다”며 “재판 결과, 유죄가 나오면 중형을 선고하는 등 패러다임을 바꿀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영장실질심사를 둘러싼 오해를 해소하는 시간도 가졌다.
김 부장판사는 “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하는 시간을 맞추려고 법관이 중간에 쉬기도 한다는 얘기가 있다”며 “하지만 심사 당일 쉴 시간이 정말 없다. 형사 공판과 달리 변호인은 (영장심사) 당일 많은 분량의 서류를 내기 때문에, 이를 모두 읽고 고민하면 시간이 다 간다”고 말했다.
또 법원별 영장 기각률을 고려한다는 것도 오해라고 설명했다. 김 부장판사는 “법원과 영장 종류 별로 영장 기각률은 다 다를 수 있다”며 “예를 들어 다단계 사기 사건에서 검찰이 핵심 인물 5명에 대해서만 구속 영장을 청구하는지, 조직원 10명 모두에게 구속 영장을 청구하는지에 따라서도 영장 기각률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