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추석 명절과 선거국면을 앞두고 광주 도심 주요교차로 곳곳에 덕담 등을 담은 불법 현수막이 활개를 치고 있는 가운데 정작 이를 관리·감독해야 할 자치단체들이 오히려 불법에 앞장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지역 각 자치구가 단체장 명의의 명절 인사 현수막을 적게는 30개에서 많게는 50여개까지 허가받지 않은 주요 교차로나 가로수 등에 무분별하게 내건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17일 광주지역 각 구청에 따르면 추석을 앞두고 '풍성한 한가위', '따뜻한 추석' 등의 염원이 담긴 구청장 명의의 명절 인삿말 현수막을 관내 주요 교차로 등에 내걸었다.
동구의 경우 계림동 일대와 대인시장 인근 신축아파트 거리 등 인파가 많이 몰리는 지역에 임택 청장 명의의 현수막 40개를 설치했다. 동구는 이 불법 현수막을 설치하는데 혈세 350만원을 투입했다.
서구도 180만원을 들여 양동시장 입구 맞은편 교차로 난간 등 도심 주요 도로변에 '건강하고 안전한 추석을 보내달라'는 서대석 청장의 인사말이 담긴 현수막 30개를 설치했다.
남구는 남구청사와 학원이 밀집한 봉선동 일대 등에 김병내 청장의 현수막 54개(374만원)를 , 광산구도 고가도로와 주요 교차로 등지에 김삼호 광산구청장의 인사를 담은 현수막 50개(350만원)를 내걸었다.
광주 5개 구청 가운데 유일하게 북구만 구청장 명의의 현수막을 설치하지 않았다. 광주지역 4개 구청이 이렇게 내건 불법 현수막만 174개, 여기에 들어간 예산은 1천254만원에 달한다.
현행 옥외광고물법 관련 시행령에 따르면 허가받지 않은 곳에 입간판·현수막·벽보 및 전단을 표시·설치한 자에 대해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자치단체장들의 명절 인사 현수막 또한 옥외광고물법에 저촉돼 처벌 대상이다.
실제 광주지역 5개 구청은 지난 7월 1일부터 9월 14일까지 13만6천787건의 불법 광고물을 집중 단속했다. 부과한 과태료 액수는 7억3천933만7천80원에 달한다.
추석 명절을 앞둔 9월 둘째 주 단속량은 1만2천490건으로, 지난 8월 둘째 주 1만1천113건보다 1천300여건(12.4%)이 증가했다.
이런 이유로 불법 옥외광고물을 집중단속하고 과태료를 부과하는 행정기관이 정작 본인들의 불법은 눈 감고 예외로 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더구나 이같은 불법 현수막 제작과 설치에 구민 혈세까지 들어갔다는 점도 논란이 되고 있다.
이에 대해 각 지자체는 '관례'와 '예의'를 들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 구청 관계자는 "모든 기관장과 정치인들이 명절 현수막을 달고있는 상황에서 자치단체장이 지역민들에게 명절 인사를 하지 않을 수 없다"며 "관례적으로 지금까지 달아왔고 추석 명절이 지나면 모두 수거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또다른 구청 관계자도 "명절을 바라보는 사회적 통념상 명절 인사 현수막을 거는 행위가 예의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계속 달고 있는 것이다"며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해 현수막을 내건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