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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향자 초선 vs 천정배 7선···이 뻔한 대결이 확 뒤집어졌다

등록일 2020년04월09일 09시35분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광주 서을에서 벌어질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천정배 민생당 후보의 4·15 총선 맞대결을 요약하면 이렇다. 두 후보는 20대 총선에 이어 4년 만에 다시 맞붙는다. 4년 전에는 천 후보가 54.5%로 양 후보(31.5%)를 가볍게 제쳤지만, 지금 상황은 다르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는 양 후보의 안정 우세다. 지난달 29, 30일 KBS-한국리서치 여론조사에서 양 후보는 62.9%, 천 후보는 18.5%였고, 광주CBS·뉴스1 등이 알앤써치에 의뢰해 지난달 30, 31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양 후보 52.9%, 천 후보 21.4%를 기록했다. TV조선-매트릭스리서치의 지난 4일 여론조사는 양 후보 63.2%, 천 후보 20.4%로 나타났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아파트가 밀집해 있고 상무지구 등 신도심을 끼고 있는 광주 서을(금호1·2동, 화정3·4동, 상무2동, 풍암동, 서창동)은 정치적으로는 진보적이지만, 지역 개발 욕구도 강하다. 2012년 19대 총선 때 오병윤 통합진보당 후보(52.3%)를 당선시키면서도, 당시 여당 후보이자 ‘차기’로 유력했던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최측근 이정현 후보(39.7%)에게도 상당한 표를 던진 것이 이 지역 유권자의 성향을 잘 보여준다는 평가다.

  오 후보를 빼면 줄곧 민주당 계열의 후보가 당선되다 2015년 재보궐선거 때 무소속으로 나선 천 후보가 당선됐다. 경기 안산에서만 4선(15~18대)을 한 천 후보를 택했던 건 호남 출신의 중량급 정치인이 지역 발전을 견인해줄 거란 기대감 때문으로 풀이됐다. 1년 만에 치러진 20대 총선에서는 옛 국민의당이 호남 28석 중 23석을 석권토록 한 ‘안철수 바람’이 주효했다.

 
그러나 4년을 지나오면서 그 바람은 사라졌다. 유승민 의원이 이끌던 바른정당과의 합당에 반대한 국민의당 호남계가 민주평화당으로 갈라져 나왔고, 다시 대안신당으로 분화했다가 또다시 민생당으로 합쳐지는 이합집산을 거듭했다. 천 후보는 “안철수라는 사람을 내세워 정체성을 바꾸려고 했는데, 그분이 보수로 회귀하면서 분열로 이어진 점은 사과를 드린다”고 했지만, 민심은 싸늘하다. 풍암동에 사는 조강우(63)씨는 “국민의당을 지지할 때는 안철수가 새로운 정치를 할 줄 알았는디 분열만 해쌌고…. 더는 그 당 사람들에게 감정이 좋지 않다”고 말했고, 금호2동에서 노점상을 하는 윤모(70)씨는 “안철수가 해 놓은 게 뭐가 있는가. 이젠 당 이름도 헷갈려 죽겠디야”라고 했다. 
 4년간 와신상담(臥薪嘗膽)한 양 후보에게 기회가 온 건 그래서다. 2016년 1월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영입으로 정계에 입문한 양 후보는 지난 총선 패배 후 당 최고위원과 광주시장 선거 예비후보를 거치면서 몸집을 키웠다. 차관급인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장을 지낸 뒤 다시 광주 서을로 내려가 지역 조직을 다지는 데 주력했고, 당 경선에서 이겨 공천을 받았다. 다만, 낮은 인지도는 풀어야 할 과제다. 화정4동 주민인 문진식(47)씨는 “양향자는 누군지 잘 모르지만, 민주당으로 나온 사람이면 찍어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20, 30대도 천정배를 더 많이 안다. 비례대표는 민주당 계열의 당이 우세하더라도, 지역구에서는 천 후보가 당선될 것 같다”(22세 대학생 장승진씨)는 이도 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 탓에 두 후보 모두 ‘차분한 유세’ 기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방식은 다소 다르다. 양 후보는 아파트와 맞닿은 상가 밀집 지역 곳곳을 도는 반면, 천 후보는 대면 접촉을 피하고 유세차 연설을 통해 한 표를 호소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7일 금호 1동에서 만난 양 후보는 왼손에는 소독 스프레이, 오른손에는 노란색 행주를 들었다. 그는 “상가에 그냥 들어가려면 뻘쭘한데, 문고리에 소독액을 뿌리고 들어가면 더 좋아들 하신다”며 “요란한 유세차 대신 선거운동원들을 모두 청소 봉사 보냈다”고 말했다. 당명이 적힌 파란색 점퍼를 본 시민 일부는 “이번엔 무조건 돼야 한다”고 응원했다. 양 후보는 “‘이번에는 민주당, 이번에는 양향자’라는 슬로건은 누구 머리에서 나온 게 아니라 바로 지역 주민들이 가장 많이 하시는 말씀”이라고 말했다.

 
양 후보의 핵심 공약은 ‘미래차 원스톱(one-stop) 클러스터’ 조성이다. 기존 기아차 공장에 삼성전자와 삼성SDI의 공장을 유치해 미래자동차 산업기지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임원 출신인 양 후보는 “기존 정치인으로는 낙후된 경제를 극복하지 못한다”며 “미래차에 꼭 필요한 기술이 어떤 건지, 어떤 방향으로 지역을 발전시켜야 하는지를 잘 아는 내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화를 꽃 피운 도시 중 못 사는 곳이 없다는데, 이번에는 사람을 바꿔서 지역 경제를 바꿔보자는 게 현 광주의 시대정신”이라고 덧붙였다. 이곳 주민 남녀노소의 공통 관심사가 청년 일자리 난 해소인 점은 그의 공약을 주효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천 후보는 인물론에 호소하고 있다. 천 후보 측 관계자는 “여론조사 수치와 달리 현장에서 체감하는 민심은 ‘인물은 천정배지만, 당이 아쉽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현장에서 만난 주민 다수도 비슷한 얘기를 했다. 사진관을 운영하는 김기중(51)씨는 “천 의원이 5년간 일은 많이 해 놨지만, 지금 민심이 청와대에 계신 분에게 향하고 있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주부 서곡심(67)씨는 “인물로 보면 양향자보단 천정배가 더 유능하지만, 이번에는 여권에 표를 던질 것”이라고 말했다.

 
천 후보는 ‘대한민국 개혁의 아이콘, 호남 대통령을 만들겠습니다’라는 구호를 내걸었다. 현재 유력 차기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이낙연 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을 염두에 둔 마케팅이라는 해석에, 천 후보는 “호남 ‘개혁’ 대통령을 만들겠다는 뜻이지 특정 후보를 거론한 적은 없다”고 했다. 그는 “미래통합당의 집권을 저지하는 것이 대전제”라며 “그렇다고 민주당 1당 독점으로 가면 기득권 양당 구조보다 더 나쁜 결과가 초래될 것이다. 호남 내 경쟁 구도를 확립해야 상대적으로 소외된 호남의 발전을 견인할 범(汎)민주 개혁세력 대통령이 탄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광주 군공항 이전 시민추진협의회 관계자들이 지난해 5월 9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광주 군공항 예비이전 후보지 즉시 선정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부에서 부는 ‘세대교체’ 바람은 천 후보에게 약점이다. 화정4동에서만 30년 거주한 양동문(62)씨는 “호남 다선 의원들이 인물은 좋지만, 이제는 후배들에게 물려줄 때가 됐다고 본디. 이건 능력의 문제가 아니여”라고 했다. 이에 대해 천 후보는 “이번에 당선되면 원내 최다선이 되겠지만, 광주에서는 1.25선(5년)밖에 안 됐기 때문에 피로감을 덜 느낄 것”이라며 “이번이 마지막이다. 진짜 개혁성을 가진 후보가 누군지를 봐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가 대표 공약으로 내건 ‘광주 군 공항과 마륵동 탄약고 이전’이 진부하다는 지적에 대해선 “이전 예비후보지 지정이 늦어지는 건 현 정부와 민주당 내의 문제로, 다선 의원의 경륜과 노하우로 조기 이전을 실현하겠다”고 말했다.


 
 
류태환 기자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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