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4월 24일, 더불어민주당 김동연 대선 경선 후보는 광주와 전북을 잇따라 방문하며 호남권 지지세 결집에 본격 나섰다.
그러나 일자리 창출과 지역 인프라 공약, 민주화 상징 자원의 재조명 등 김 후보가 내건 호남 발전 전략은 비전 제시 이상의 구체성과 실현 가능성을 담보하고 있는가.
김 후보는 “호남의 가장 큰 문제는 일자리”라며 광주·전남을 AI와 미래모빌리티 중심의 융합도시로 키우겠다는 비전을 밝혔다. 이를 뒷받침할 방안으로 400조 원 규모의 서해안 RE100 투자, 광역교통권 고속도로 구축을 약속했다.
그러나 이 공약에는 몇 가지 의문이 따른다.
첫째, 400조라는 투자 계획은 국가 예산 전체와 맞먹는 수준으로, 재원 조달 계획이나 투자 주체에 대한 구체적 설명은 빠져 있다.
둘째, AI·미래모빌리티 산업의 기반은 이미 경기, 충청권 등에 집중되고 있다. 호남권의 기존 인프라와 인재풀, 기업환경이 이를 수용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셋째, 공약이 지속가능한 일자리로 이어지기 위해선 단순 유치가 아니라, 지역 정주 여건 개선과 교육 시스템 연계도 필수다. 이에 대한 언급은 없다.
김 후보는 “5·18 민주화운동의 명칭을 ‘5·18 광주 민주항쟁’으로 바꾸겠다”고 밝혔지만, 이는 광범위한 국민적 합의와 역사·사회학적 논의를 필요로 한다.
명칭 변경이 단순 상징에 그치지 않고, 헌법 전문 수록과 함께 실제 정치사회적 위상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이어지려면 여야 합의, 유족 및 시민사회 의견 수렴 과정이 우선돼야 할 것이다.
전북 공약 ‘ABC 전략’, 과연 지역 맞춤형인가
전북 공약으로 제시한 'ABC(농업, 바이오, 기후)' 전략은 언뜻 보면 지역 특성과 부합해 보인다. 하지만 비판적 시각에서 보면 전북은 이미 다수의 국가산단 실패와 새만금 지연사업으로 깊은 불신을 안고 있는 지역이다.
김 후보는 “기재부 예산실장 시절 새만금 재원 배분 경험”을 강조했지만, 이는 오히려 관료 출신 특유의 기존 행정 관성적 접근으로 읽힐 수도 있다. 전북의 실질적 성장을 위해선 단순 투자 약속이 아닌, 실패한 과거 정책들에 대한 성찰과 구조적 전환 전략이 병행돼야 한다.
정치적 메시지보다 필요한 것은 ‘정밀 설계’와 ‘지역 맞춤 전략’
김동연 후보는 "경제와 사회 통합"을 강조하며 “통합형 경제대통령”을 자처했다. 그러나 지역 방문마다 반복되는 장밋빛 청사진은 점차 '희망적 수사'에 머물 우려도 함께 키우고 있다.
5·18 명칭 변경 등 역사 자산 활용,
AI·기후산업 등 고부가가치 산업 육성,
새만금·동서철도 등 SOC 인프라 확충 등은
분명 지역민에게 어필할 수 있는 주제다. 그러나 이들 공약이 현실로 이어지기 위해선 예산, 입법, 제도, 인력 양성까지 유기적으로 맞물린 '정밀 설계'가 필요하다.
김동연 후보의 호남 방문은 현장과의 ‘소통형 캠페인’이라는 면에서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제시된 공약은 다분히 비전 중심이며, 지역 특성을 반영한 치밀한 정책 설계로는 아직 부족하다. 지역민이 원하는 것은 공감뿐 아니라 실현 가능한 계획이다. 그가 말한 "역전의 8회"가 현실이 되기 위해선, 정치적 수사가 아닌 정책적 설계도의 정교함이 먼저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