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트 가수 김호중 씨(33)가 음주 뺑소니 사고를 낸 지 40일 만에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김 씨가 사고 당시 상당량 음주한 상태였다고 결론 내렸지만, 음주운전 혐의는 끝내 적용하지 못했다.
김 씨가 음주 측정을 회피해 사고 시점의 혈중알코올농도를 정확히 알 수 없어서다. 검찰은 “사법 방해로 음주운전 처벌이 어려워진 대표적 사례”라며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18일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김태헌)는 김 씨를 지난달 9일 서울 강남구의 한 도로에서 택시를 들이받은 후 달아나고 이를 은폐한 혐의(특정범죄가중법상 위험운전치상, 범인도피 교사 등)로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소속사 대표 이광득 씨(41)와 본부장 전모 씨(38)도 범인도피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사고 직후 김 씨와 옷을 바꿔 입고 거짓 자수했던 매니저 장모 씨(38)는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음주운전 혐의를 적용할지 고심했다. 김 씨는 사고를 낸 지 17시간 만에 경찰에 출석해 혈중알코올농도를 측정했지만, 법정 음주 기준(0.03%) 미만이었다.
경찰은 알코올 분해 값 등을 토대로 역산하는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해 사고 시점 김 씨의 혈중알코올농도가 0.031%였다고 봤다.
검찰도 김 씨가 사고를 내기 약 5시간 전부터 3차에 이르는 술자리에 참석한 점, 폐쇄회로(CC)TV 분석 결과 김 씨의 얼굴과 목에 홍조가 보이고 몸을 가누지 못한 점 등을 토대로 사고 당시 ‘음주의 영향으로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가 뚜렷했다고 결론 내렸다.
하지만 검찰은 김 씨의 경우 위드마크 공식으로 역추산한 수치가 법원에서 증거로 채택되기 어렵다고 보고 음주운전 혐의는 최종적으로 적용하지 않았다.
그 대신 법정 형량이 더 무거운 위험운전치상(음주 영향으로 차 사고를 내 상해를 입힘)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은 “이번 사건은 조직적 사법 방해로 인해 음주운전 처벌이 어려워진 대표적 사례”라며 “음주 후 의도적인 허위 진술과 추가 음주 등에 대한 처벌 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지난달 20일 법무부에 ‘음주 교통사고 후 의도적 추가 음주’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 신설을 입법 건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