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와 지자체가 지역 청년의 취업·창업 등을 지원하기 위한 ‘청년공간’을 운영하고 있지만 정작 청년에게 외면받고 있다.
26일 광주시와 5개 지자체에 따르면 광주시 청년공간은 광주청년센터(동구), 토닥토닥 청년일자리 카페(서구), 청년와락(남구), 광주북구청년센터 청춘이랑(북구), 청청플랫폼(광산구) 등 12곳에 달한다.
광주일보 취재진 지난 23일 찾은 광주시 남구 백운동에 위치한 ‘청년와락’은 청년 거점공간이라는 말이 무색했다. 이날 오전 이 공간을 찾은 지역 청년은 단 한명도 없었다.
청년와락은 광주시 남구가 지난 2018년 청년 자치공간, 협업공간을 조성하겠다며 마련한 공간이다.
각종 청년 대상 특강이 열리는 것은 물론 세미나나 수업을 위한 공간을 대여해주고, 누구라도 들러서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하는 등 카페처럼 이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운영 6년이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청년들은 이 공간의 존재조차 모르고 있는 실정이다. 500여m 떨어진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에는 책과 노트북을 펴고 공부 하고 있는 청년들이 북적이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청년와락 관리인은 “공간을 아는 사람들은 재방문해서 잘 이용하지만, 대부분 공간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청년와락을 방문한 지역 청년들은 지난 2021년 1167명, 2022년 1206명, 2023년 1039명이다. 올들어 이용객은 210명에 불과했다. 일요일과 월요일 휴무라는 점을 감안하면 하루 4~5명만이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공간 대여 또한 2021년 23건, 2022년 17건, 2023년 30건, 2024년 현재까지 3건으로 한 달 평균 1~2건의 대여가 진행되고 있다.
남구는 청년와락의 활성화를 위해 청년포인트제도를 운영하며 프로그램 참여를 인증하거나 게시물을 공유하면 5000포인트를 지급하고 있지만, 올해 지급된 건수는 ‘0’건이다.
청년와락 인근 카페에서 취업준비중인 최정후(여·25)씨는 “그런 공간이 있는 줄도 몰랐다. 카페에서 장시간 공부하는 건 눈치보이고, 스터디카페는 비용이 부담되는데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사실을 적극 홍보하면 좋겠다”면서 “정부나 지자체에서 하는 건 일회성 특강이 대부분이라 별로 도움이 안되는 것 같아 아쉽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실정에도 남구는 42억여원의 예산을 들여 백운동에 ‘도시재생어울림센터(청년복합플랫폼)’를 내년 중순까지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남구 관계자는 “청년와락도 이곳으로 옮겨가 본격적으로 활성화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속적인 예산 지원과 홍보·관리가 없다면 마찬가지로 청년들의 이용률을 높이긴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다른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청년공간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이용률이 낮거나 정부 지원이 끊겼다는 이유로 문을 닫거나 여는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
대부분 정부의 지원에 의존해 위탁 운영하다보니 제대로 홍보·관리가 되지 않고 이용률이 떨어지는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16년 광주시가 고용노동부 혁신프로젝트 공모사업에 선정돼 광주시 동구 금남로에 마련한 ‘청년Job희망팩토리’는 정부 지원이 끊기면서 6년여 만에 운영이 중단됐다.
청년들의 취업난 해소를 위해 자기소개서 첨삭, 직업 상담 등을 제공해 청년들의 호평을 받았음에도 예산 때문에 문을 닫았다.
1년여가 지난 올해 4월부터 유사한 기관인 ‘광주청년일자리스테이션’이 고용노동부 청년성장 프로젝트 공모사업에 선정됨에 따라 서구와 동구에서 운영을 시작했다. 하지만 올해 12월 지원이 끊길 예정이어서 존속 여부가 불투명하다.
청년공간으로서 대부분 유사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등 차별화한 운영 콘텐츠가 없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서구 농성동에 위치한 ‘청춘발산공작소’는 변화하는 취업 트렌드에 대응하겠며 VR면접 체험 및 AI 역량검사 체험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이들 프로그램은 각 대학에서도 제공하고 있어 청년들의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김다정 광주청년유니온 위원장은 “청년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공간 갯수만 늘리는 것은 의미가 없다”면서 “청년센터, 청년공간은 단순한 공간대여를 넘어 고립청년, 청년빈곤과 같은 다양한 청년문제를 포괄하는 사회적 역할을 할 수 있게 지자체의 직영도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